Daily 기록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를 잘 다뤘을까?

기린 2022. 9. 23. 19:49
728x90

 

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드라마가 자폐 스펙트럼와 같은 장애를 소재로 삼아 컨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있어서잘 다뤘다.’,‘잘못 다뤘다.’와 같은 의견보다는, 장애를 소재로 컨텐츠를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드라마를 판(sell)다는 관점에서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았지만, 유튜브와 같은 재가공 매체들을 통해 일명 핫클립의 형태로 명장면, 명대사 위주 구성을 통해 대략적인 스토리를 알아보았다. 기본적으로 주인공 우영우라는 매력을 잔뜩 이끌어내는 요소들로 향유고래’, ‘역삼역’, ‘김밥그리고 서울대 천재(어일우)’ 라는 키워드들이 떠오른다. 또한 극상에 보여지는 준수한 외모에 할 말은 다하는 직설적인 성격까지. 이러한 너무나 좋은 상황에서 보여지는 장애의 긍정적인 이미지들이 실제로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지인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심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여론이 있다. 반면에 장애를 가진 이에게 눈살을 찌푸리는 기존 인식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다는 긍정적인 여론까지 존재한다.

컨텐츠 제작자는 전자의 여론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라는 것이 전자 의견에 대한 생각이다. 문화 컨텐츠적으로 장애라는 키워드가 어떠한 전개로 구성되어서 안된다.‘는 의견은 문화적 통제로 다가올 수 있다. 거시사회 관점에서 어떤 집단에 대한 묘사 및 표현이 창작물로서 침범당한다면, 더 이상 다양한 창작물은 개인간의 검열을 통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세상에 변한만큼 컨텐츠의 긍정적인 요소로서 브랜딩하기 위해서는, 작품도 마찬가지로 예민한 사회문제에 대응해야할 것이다.

반면에 후자의 의견은 장애를 가진 이들이라는 한 집단에 사회적으로 편견이라는 장치를 통해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꿨다. ’인간의 도덕심을 통해 드라마 애착 및 표현에 대한 욕구를 끌어올린 것처럼도 보인다. 물론 작가가 본인이 어떠한 장애에 대한 애착으로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분야에 전문성을 띠고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는 것도 진정성으로 대중들에게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장애라는 사회적으로 예민한 소재를 가지고 드라마 컨텐츠를 제작했을 때, 재미와 당사자들에 대한 진정성을 모두 획득할 수 있었다는 관점이다.

 

위와 같이 사회적으로 예민한 소재를 가지고 대중을 대상으로 컨텐츠를 제작할 때, 여러 계층,집단 등으로부터 적절히 설득할 수 있을만한 진정성이 필요해보인다. 단순 작가의 일상적인 편견과 일반인들의 시점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흥미 위주의 컨텐츠였다면 인기를 얻을지언정, 이후에 유튜브와 같은 컨텐츠를 통해 저희는 웃지만은 못했어요와 같은 본인들 이야기를 통해 강력한 부정적 여론을 형성할 터이다. 그것이 단순히 창작물이라고 할지라도. 드라마 마케팅 측면에서는 그렇다. 워낙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얼마나 잘팔리느냐가 드라마의 가치평가로 이뤄지곤 하니, 그럴만도 하다. 대중의 가치를 따라야 살아남을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 상업뿐이었던가. 아무리 현대 예술이 상업적이라고 한들, 비상업을 욕할 수 있는 상황인가 경계하게 된다. 뻔한 컨텐츠를 피하기 위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같은예민한 소재를 개인의 의미와 장르로 담은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마켓팅을 못해도 반대파가 나오더라도.

 

또 다른 장애

 

우영우 요약본을 보던 중에, 요약본으로 보더라도 아주 흥미로운 인물이 하나 있었다. ’권민우. 일명 권모술수 권민우로 불리는 재밌는 캐릭터인데, 악역인 듯 아닌 듯, 그 애매한 경계를 넘나들며 매력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작중에는 악역으로 평가되는 듯 보였으나, 작후에는 현실적인 인물로 보는 의견이 있었다. 권민우의 대사 중에 우영우가 강자에요. --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아요. 우영우는 매번 우리를 이기는데,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돼요. --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 “우영우 변호사는 우리랑 다르다는거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우영우는 천재에요.”와 같이 작중 주인공 우영우를 다소 적대적으로 대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는 장애를 통해 법조계 내에서 압도적인 지능을 가지게 된 우영우를 권민우는 경쟁상대로 인식한다는 재밌는 서사를 지닌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부러워한다.‘라는 장치가 흥미로운 지점이다. 분명 충분히 현실에 존재하지만, 소재로 쓰이지 않고 아무도 흥미를 가지지 않았던 부분을 잘 캐치해 인물에 반영했다고도 보인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다는 의미가 사회에서 약자를 의미한다면, 압도적인 지능을 가지지 못한 사회적 분류상 장애인 대비 비장애인의 부족함은 장애로 인식될 수 있냐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정말 사회적 편견을 비틀었나?

 

또 의문이 드는 것은, 정말 사회적 편견을 비틀었냐 하는 것이다. 원래 자리잡고 있었던 대중의 수준이 이제껏 없던 드라마에 들어 맞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오히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동행을 봉사활동이냐물으며 맥락 없이 응원하는 사람, 자폐스펙트럼의 다양한 유형에 무지하면서 다 같지 않느냐고 묻는 검사는 일상적으로 만연한 차별과 혐오를 보여준다.”라는 내용들로 비장애인에 대한 비난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바꾼다는 정의감을 위해 부정적 표현을 일삼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기존에 다양한 배려를 일삼는 이들에게 본인들이 장애인에게 더 배려를 하지 않았는지 강박으로 다가오게끔 만드는 것처럼도 보인다.

 

대중매체에서의 우영우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내외부적으로 잘 설계되었다. 박은빈 배우의 연기 스토리, 작가의 자폐에 대한 애착과 연구, 시대 반영적인 다양성의 추구, 반면에 현실적인 이의 적절한 긴장감 조절까지. 감정 기복이 적고, 소소한 웃음과 사이다스럽고, 때로는 익숙하고 뻔한 숨겨진 딸과 같은 막장 스토리까지. 잘 버무린 잘 팔린 드라마다. 또한 서번트 증후군(sacant syndrome)의 다소 사회친화적인 재능을 가지고 자폐증을 앓는 가지고 드라마의 극적인 요소를 부각했다. 이 부분이 일부 대중에게 비판받는 지점이라곤 하나, 드라마 요소로서 대중은 받아들이는 듯 보인다. 모두가 재밌는 드라마를 만들 수 없듯이, 모든 사회적 책임을 행하는 작가도 없다. 장애인 스스로가 겪는 장애가 아니라 허울 좋은부분만 보여준다는 비판도 그들이 스스로 집단으로 묶여있고 사회인식적 손해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정치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컨텐츠는 그저 소비되는 컨텐츠일뿐, 누구도 대변하지 않는다.

반대로 비장애인들 입장에서도 이를 통해 꼭 교훈을 얻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올바르게 보인다고 모두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흔히들 배우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휩쓸릴 뿐이니까. 왜 차별을 하지 않아야하는지, 무엇이 다르고 어떤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인지 논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대중적소통의 제공이라는 것이 참 훌륭하다.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대중에게 소수자의 권리에 대해 조금씩 다가가는 것은 좋아보인다. 다만 이후에 논의가 아닌 질타와 진영싸움을 통해 기껏 형성해둔 이미지를 깎지 않길 바란다.

 

결론

나는 어떠한 사회적 대변인이 될 생각은 없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주제와 작품이 탄생할 것이고, 그것에는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나의 공감에서 시작되리라 생각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사업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완벽했다고 생각하기에 개선이라기보다는, 내가 이를 통해 배워야할 점은 드라마 뿐만이 아니라, 외적인 것들을 통한 스토리텔링이 작품에 개입하는 정도가 커졌구나 하는 것이다. 작가도, 배우도, 스텝도, 대중도 큰 주제에 걸맞아야 하는 것처럼.

 
728x90